[조선일보] 900년 서양 음악사(史) 길잡이
작성자 : 마로니에(마로니에) 작성일 : 2008-09-22 오전 9:38:14 조회수 : 13126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는 음악 서적이 바로 '음반 가이드'다. 안동림의 《이 한 장의 명반》(현암사)부터 시인 김정환의 《내 영혼의 음악》(청년사)과 의사 박종호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시공사)까지 저자의 취향과 책의 두께와 해설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 음반을 통해 클래식 음악으로 안내하는 스테디셀러라는 점은 같다. 초심자에게는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고수(高手)들에게는 상대의 내공을 가늠해보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영국과 미국, 호주에서 활동하는 음악 비평가와 학자들이 대거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은 중세 시대부터 현대 음악까지 900년에 이르는 서양 음악사를 훑어가며, 제목 그대로 대표작 1001곡과 명 음반을 담고 있다. 안동림·김정환·박종호의 책이 개인적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면, 공동 작업의 결과물인 이 책은 대표 음반을 선정할 때 상대적으로 중용적이면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에세이보다는 백과 사전에 가까운 음반 가이드다.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9곡)에서도 교향곡 5·7번은 명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연주를 꼽고,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교향곡 9번처럼 옛 녹음을 배려하면서도, 동시에 교향곡 4번에서는 지휘자 프란츠 브뤼헨 같은 '시대 연주'를 빼놓지 않는다. 음악 취향을 통해 저자의 내면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음반 가이드의 묘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면, 차분한 시선에 오히려 읽는 재미는 다소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 음악까지 적극적으로 소화하고 있고, 작곡가가 아니라 시대순으로 작품을 소개하면서 음악의 변화상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무척 돋보인다.

[김성현 기자 http://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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