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인터뷰 | 오세영 화백 “첫사랑 ‘토지’ 30년만에 그렸다”
작성자 : 마로니에(마로니에) 작성일 : 2007-06-28 오전 9:02:59 조회수 : 7587
박경리 원작소설 ‘토지’가 만화로 출간됐다. 그동안 ‘토지’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작가는 마음에 차지 않아 외면했다고 한다. 그러나 만화 ‘토지’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경리 원작소설 ‘토지’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오세영 화백(52)을 경기도 안성 작업실에서 만났다.



오세영 화백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설지만 만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독학으로 만화를 공부해 33살 늦은 나이에 만화전문지를 통해 데뷔했다. 이태준, 박태원씨 등 월북작가의 소설을 만화로 그린 ‘오세영 중단편 만화 문학관’으로 1999년 대한민국출판 만화대상을 받았다. “토지를 그릴 사람은 오세영밖에 없다”(시사만화가 박재동)는 평가를 받을 만큼 한국만화의 대표적 리얼리즘 작가로 불린다.

-‘토지’를 만화로 그릴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

“20대 때 ‘토지’를 처음 읽었다. 머릿속에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그리고 싶어지더라.”

그는 ‘토지’가 첫사랑 같았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다고 했다. 때마침 출판사에서 제의가 있었고, 30년 사랑을 풀어놓고 있다고 고백했다.

-원작에 매우 충실했다고 들었다. 원작에 충실함과 작가로서의 창의성은 상반되는 것 아닌가.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심정적 압박도 있었고, 그래서 자기절제가 필요한 부분도 많았다. 소설과 만화가 다른 점은 소설의 텍스트가 문자라면 만화는 회화가 주가 된다. 만화 ‘토지’는 무엇보다 회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썼고, 또 소설 ‘토지’가 가진 그 시대의 풍속을 그림으로 남긴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산업화에 밀려 우리 근·현대사의 풍속들이 소멸되다시피 했다. 그림으로라도 남겨야겠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그는 두엄 썩는 냄새, 타작마당에 콩깍지가 열리는 소리, 치마 끌리는 소리까지 그림으로 묘사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만화 ‘토지’의 주 독자층은.

“만화 ‘토지’는 성인들을 주 독자층으로 하고 있다. 어릴 때 만화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커서는 만화를 잘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른들에게 재미는 지적감동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만화는 별로 없었다. 만화 ‘토지’는 문학에 만화의 옷을 입혔다. 만화도 재미만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 끝나는가.

“내년 말에 끝낼 계획이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만화화한 오세영의 ‘토지’는 모두 16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1차로 지난달 2일 1부에 해당하는 7권이 먼저 나왔다. 원래 계획은 2년 전 드라마 ‘토지’가 방영될 때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1부를 완성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대장정이다.

그는 요즘 ‘토지’ 2부에 해당하는 서희의 용정시대를 그리고 있다. 만주벌판의 찬바람과 성인이 된 서희의 활약을 묘사하고 있다. 너무 작품에 몰입한 나머지 그는 들판의 푸른 나무와 잎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 저렇게 푸른 잎들이 무성해졌지? 여름이네….” 그는 ‘토지’ 속 만주벌의 눈보라와 찬바람에 계절을 잊고 있었다.

〈안성|글 김후남·사진 김정근기자 k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