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현대 미술 : 세상을 뒤흔든 가장 혁신적인 예술 작품들
저자: 수지 호지
역자: 이지원
구분: 번역서
발행일: 2022년 04월 29일
정가: 22,000원
페이지: 208 p
ISBN: 978-89-6053-621-0
판형: 150×201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현대 미술에 지각 변동을 가져온 50가지 문제작


현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보이는 풍경 혹은 인물 그대로를 재현하던 미술은 어느 순간 변했다. 오늘날의 미술 작품들은 무엇을 나타낸 것인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무언가 추하고 지저분하거나 투박하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은 때로 관람자들에게 커다란 혼란과 충격을 안겨 주곤 한다. 과거의 유화 그림이나 조각들처럼 그 앞에 섰을 때 곧장 이해할 수 있던 사실적인 작품들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미술은 언제, 그리고 왜 변했을까? 변해도 된다고 결정한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떤 일들이 그러한 변화를 촉발하게 되었을까?

이런 모든 문제를 탐구하고자, 이 책은 미술계를 강타하고 미술사의 경로를 바꾼 1850년대 이후 생산된 혁신적인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킨 몇몇 작가들을 짚어가며 그들이 어째서 그런 일을 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왜 중요했는지 밝힌다. 또한 그들이 작업하는 동안 그 주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미술이 왜, 어떤 식으로 문화 전반에 지속해서 큰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미술사에서 신기원을 이룬 몇몇 작품을 조명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이 책은 무엇이 왜 어디서 어떻게 언제 미술사를 변화시켰는지 알아본다.

‘모든 창조의 시작은 파괴’라던 피카소처럼...

여기 소개된 미술 작품들은 대범하게 달랐고, 평판에 위협이 되었고, 경력을 위태롭게 했다. 예술가가 전통을 가져다 해체하면 그런 일이 생긴다. 이 책은 세계를 뒤흔든 핵심적인 작품 50점을 소개하고 그 창작과 수용 및 유산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목욕하는 사람들>(1853)과 마르셀 뒤샹의 <샘>(1917)으로부터 이브 클랭의 <제목 없는 인체 측정>(1960),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티>(1974~1979), 그리고 안드레스 세라노의 <오줌 그리스도>(1987)와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 속에>(2018)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에고의 소유자, 타협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재능 있는 은둔자, 심령주의자, 반소비주의자, 활동가, 풍자가 등등을 만나보자. 진정으로 혁신적이었던 작품들을 톺아가며 현대 및 동시대 미술의 역사를 조망하고 각 작품이 창작된 맥락을 설명하는 가운데, 이 책은 현대 미술의 본령이란 관습적인 기대와 요구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도전하는 데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새로운 전율의 예술사를 꿰뚫다

이 책은 100여 권이 넘는 탁월한 미술서로 주목받는 영국 미술사학자 수지 호지의 <아트 퀘이크(Art Quake)>의 국내 번역서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롭게 전달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많은 이들이 막연히 어렵게 느끼는 ‘현대 미술’ 작품들에 한 걸음 자신 있게 다가선다. 발표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예술계를 진일보시킨 놀라운 작품들을 한 권에 망라했는데, 손꼽히는 대표작들의 도판과 한눈에 들어오는 간명한 해설은 물론 다섯 가지로 분류한 미술사의 시대적인 큰 흐름을 잘 짚어내면서 독자들이 다채로운 시야에서 더욱 정확한 이해를 갖추도록 돕는다.


책 속에서

이 거대한 그림은 외견상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피카소가 그린 밑그림은 거의 100장에 달했다. 그는 이베리아와 아프리카의 미술 외에도 특히 세잔과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아이디어와 접근법에서 영향을 받았다. 전통적인 명암 대비나 선 원근법은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 납작하고 기하학적이면서 때로 서로 겹치는 면들을 이용해 인물과 물체를 만들고 마치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바라본 것처럼 제시했다. 화면 아래쪽에는 급경사로 기울어진 테이블 위에 약간의 과일을 배치했는데, 이는 정물이라는 주제를 되살리되 관습적인 원근 표현법을 탈피해 대상을 한 번에 여러 각도에서 그려냈던 세잔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3차원의 환영을 거부한 이 그림 속에서, 이미지들은 날카로운 조각들로 파편화한 것처럼 보인다.
-부서진 가치 <아비뇽의 아가씨들>, 파블로 피카소 1907년

이렇게 해서 뒤샹은 작가가 더 열심히 작업하거나 더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수록 작품이 더 높이 평가된다는 통념에서 멀어졌다. 그는 초기에는 후기인상주의와 야수주의 양식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결국엔 기존의 미술을 ‘망막 미술(retinal art)’이라 규정하고 넘어서고자 했다. <샘>에서 그가 제안한 생각은, 작가는 물리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필요가 없고 단지 아이디어만 생산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디어가 미술품이 아닌 물건을 미술품으로 제시하는 것이어도 무방했다. 그는 독창성에 관한 생각들을 탐구했고, 작가의 자기 인식에 변화를 꾀했다.
-미술을 재정의하다 <샘>, 마르셀 뒤샹 1917년

달리의 작품은 처음부터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의도적으로 극도로 정밀하고 명료한 묘사를 통해 혼란스러운 현실감각을 창조했다. 그는 종종 자신의 그림을 ‘손으로 그린 꿈 사진’이라 표현했고, <기억의 지속>은 그가 ‘편집증적-비판적’ 접근법을 사용했다고 밝힌 작품들 가운데 초기작에 속한다. 여기서 달리는 스스로 유도한 환각 상태에서 작업하면서 자신의 심리적 문제와 공포증, 이를테면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 등을 묘사했다.
-왜곡된 꿈 <기억의 지속>, 살바도르 달리 1931년

독특하고 생생하며 직접적인 이 그림은 날것의 느낌으로 강렬한 긴장감을 내뿜으며 바스키아의 열정적인 작화 방식을 드러낸다. 다른 영향도 있지만, 특히 워홀, 프란츠 클라인, 사이 트웜블리(Cy Twombly, 1928~2011)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선명한 노랑, 주황, 빨강을 배경으로 한 두 인물은 임파스토로 칠한 면과 그의 초기 그라피티를 연상시키는 표시들로 조성되었다. 부조화한 색채와 제스처적인 표시들은 머리카락이 삐죽삐죽하고 얼굴이 해골 같은 중심인물을 전면으로 부각하는 효과를 낸다. 그림의 제재는 평범한 실내에서 음식이 제공되는 일상적인 상황으로 보이지만, 함부로 휘갈긴 표시들은 공격적인 느낌을 더한다. 바스키아는 주류 미술계에 그라피티가 편입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갤러리로 간 그라피티 <쌀과 닭고기 요리>, 장 미셸 바스키아 1981년

2018년 런던 경매에서 기록적인 1,042,000파운드(당시 약 17억 원에 해당)에 캔버스화 버전의 <소녀와 풍선>이 판매되고 몇 초 뒤, 사이렌 소리와 함께 내장된 세단기를 통과한 그림이 액자 아래로 밀려나오기 시작했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놀라 탄성을 질렀다. 작품이 세단된 후 소더비와 구매자는 판매 확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고, 10월 11일에 원래의 가격으로 거래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작품에는 <소녀와 풍선>이 아닌 <사랑은 쓰레기통 속에>라는 새 제목이 붙었다. 시장 관찰자들은 그러한 자기 파괴로 인해 작품의 가치가 더욱 상승할 거로 내다보았고, 소더비는 그것이 ‘경매 도중 실시간으로 창작된 역사상 최초의 미술 작품’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파괴의 예술 <사랑은 쓰레기통 속에>, 뱅크시 2018년





지은이 | 수지 호지(SUSIE HODGE)
영국왕립미술협회 특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술사학자이자 사학자다. 100여 편의 책을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깊이 있는 통찰과 해박한 역사 지식을 토대로 독자들을 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들을 펴냈다. 『위대한 예술』, 『이집트 미술』, 『세상의 모든 미술』, 『현대미술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왜 명화에는 벌거벗은 사람이 많을까?』를 비롯해 마로니에북스에서 펴낸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 『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 등을 썼다.

옮긴이 | 이지원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역서로 『파시즘』, 『유토피아니즘』, 『한 권으로 읽는 베블런』, 『인권』, 『마르크스의 귀환』, 『자연의 권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