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그림과 서양명화 : 같은 시대 다른 예술
저자: 윤철규
역자:
구분: 국내서
발행일: 2020년 04월 29일
정가: 18,000원
페이지: 378 p
ISBN: 978-89-6053-585-5
판형: 170×240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같은 시대, 다른 장소의 예술을 만나다



60개의 주제로 비교하는 우리 옛 그림과 서양 그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걸작 <모나리자>가 그려질 때,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는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동양과 서양의 그림은 모두 사실의 재현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 그림의 기법이나 사상을 고민하는 이른바 회화 정신이 싹트면서부터 둘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는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먹과 종이, 유화 물감과 캔버스와 같은 제작 도구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렇지만 동양이든 서양이든 그림에는 당시의 사회가 가진 생각과 사상,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희로애락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도 담겨 있다. 이 외에도 그림을 그린 화가 개개인의 기량, 솜씨, 욕심, 의지, 주문자의 바람과 요구 등 시시콜콜한 인간사가 얽혀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책에서는 그러한 유사성과 차이성을 고려하며 우리 옛 그림과 서양 그림을 비교하고 있다. 각 장은 크게 고려 말부터 조선 전기·조선 중기·조선 후기로 나뉜다. 내용은 총 60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제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우리 옛 그림 한 점과 서양 그림 한 점이 짝을 이룬다. 이렇게 선별된 두 그림은 개별적인 설명과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책의 구성은 두 그림 간의 우열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때 그 시절 서양에서는 무엇을 생각하며 그렸는가를 살펴보면서 옛 그림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얻고자 한 것이다. 아울러 유명 서양 그림에 기대 우리 옛 그림을 독자들에게 좀 더 흥미롭게 소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림으로 보는 동서양의 시대와 색다른 관점으로 보는 그림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에는 보티첼리·다빈치·미켈란젤로·세잔·마네·모네 등 유명 서양화가와 함께 안견·정선·김홍도·신윤복·김정희 등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그중에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작품도 있는 반면, 잘 언급되지 않던 의외의 그림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색다른 작품 리스트만큼 그림을 해석하는 관점도 남다르다.

책에는 작품의 도상 분석과 함께 시대적 배경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는데, 이는 ‘특정 시기에 왜 그러한 그림이 그려졌는가, 그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등 해당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18세기 이인문의 <낙타>와 피에트로 롱기의 <코뿔소 클라라>는 단순한 동물 그림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수많은 동물 중 ‘낙타’와 ‘코뿔소’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 18세기에 이러한 동물 그림이 제작된 배경과 같이 좀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와 함께 ‘동·서양 그림의 비교’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살펴보면서 발견되는 의외의 지점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조선 불화나 행사기록화 같은 그림들을 비슷한 시기의 서양 그림과 비교했을 때, 내용이나 기법적인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외에 조선의 지옥과 서양의 지옥 그림은 어떻게 다른지, 조선 최고의 미인과 프랑스 최고의 미녀는 어떻게 생겼는지, 대왕대비의 환갑잔치와 빅토리아 여왕의 만찬은 그 호화로움이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볼 수 있다. 이 같은 새로운 관점은 독자들이 보다 풍성한 미술사를 만날 수 있게끔 해준다.


책 속으로
작품을 화장한 얼굴이라고 하면 드로잉은 화장을 안 한 맨얼굴쯤 된다. 드로잉은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구상한 내용을 간단한 선과 색으로 시험 삼아 그려보는 것이다. 그림의 특성상 꾸미지 않은 솜씨가 드러나는데,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수집 대상이 됐다.

반면 조선에는 드로잉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선 그림에도 구상 과정은 있으므로 드로잉 자체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 조선 그림에서 드로잉과 비슷한 개념을 찾자면 초본이 있겠다. 일종의 밑그림으로, 가장 잘 베낀 하나를 남겨 초본으로 삼았다.

-공신이 된 노비 화가와 귀족 대접을 받은 댄디 화가(57쪽)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계절 자체를 그림 소재로 여겼지만, 서양은 매우 늦었다. 14세기 들어 월력시가 유행하면서 비로소 필사본 삽화에 계절 느낌이 나는 그림이 등장했다. 앞서 본 『베리 공의 가장 호화로운 시도서』의 월력도 역시 필사본 삽화이다.
본격적으로 계절 그 자체가 소재로 다뤄진 것은 신의 뜻이 아닌 인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르네상스 시기부터다. 초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산드로 보티첼리 그림 가운데 봄은 그린 유명한 <프리마베라>가 대표적인 예다.

-봄을 그린 화가의 서로 다른 운명(66쪽)


서양에는 문인 화가라는 말이 없다. 물론 문인화라는 장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양 미술사를 보면 문인 화가와 같은 자부심을 품고, 문인화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도덕적 자부심과 고상함을 추구한 화가들이 있다.
17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니콜라 푸생은 서양에서 가장 먼저 문인 화가다운 면모를 보인 인물이다. 또 실제로 문인 화가와 같은 대접을 받기도 했다.

-특별한 문인 화가와 서양 최초로 문인 대접을 받은 화가(143-144쪽)


호기심, 외부 세계, 수집과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책거리 병풍과 나란히 볼만한 그림으로 요한 조파니가 그린 <우피치의 트리뷰나>가 있다. 트리뷰나는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8각 전시실을 말한다. 메디치가에서 수집한 물건을 특별히 전시하기 위해 1586년에 지었다.
서양에서 수집 취미가 시작된 것은 16세기로, 일명 대항해 시대로 들어서면서이다. 유럽 외부에서 나는 진귀한 자연물, 즉 이국의 조개껍질이나 광물 같은 것이 수집 대상이었다. 이런 박물학적 관심은 유럽의 왕후 귀족들이 자신의 성에 ‘호기심의 방’을 만들게끔 했다. 나중에 이곳에 미술품, 골동품이 들어가게 되면서 미술품 진열실이 됐다.

-여행과 겹친 수집 시대의 그림(298-299쪽)





지은이 | 윤철규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미술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일본 교토 붓쿄(佛敎) 대학교와 도쿄 가쿠슈인(學習院) 대학교에서 ‘17~18세기 일본 회화사’를 주제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옥션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지내고 지금은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로 인터넷 사이트 ‘스마트K’를 운영하면서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만 알면 옛 그림이 재밌다』와 『시를 담은 그림, 그림이 된 시: 조선 시대 시의도』, 『조선 회화를 빛낸 그림들』, 『옛 그림이 쉬워지는 미술책』, 『조선 시대 회화사』를 집필했으며, 『절대지식 세계고전』, 『수묵, 인간과 자연을 그리다』, 『교양으로 읽어야 할 일본 지식』, 『이탈리아 그랜드 투어』, 『추사 김정희 연구』(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