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이솝 우화 : 지금 만나야 할 21세기 이솝
저자: 박홍순
역자:
구분: 국내서
발행일: 2020년 01월 28일
정가: 15,000원
페이지: 256 p
ISBN: 978-89-6053-583-1
판형: 128×187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수천 년 전 고전에서 도약한 21세기 이솝 우화



살짝 비틀고 뒤집으면 보이는

새로운 진실과 진보한 생각!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이야기

“당신이 평생 한 권의 책만을 읽어야겠다면 <이솝 우화>를 권한다. 이제껏 수천 년 동안 살아남은 명작이다.”(<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소설가 박형서)

이러한 표현처럼 이솝 우화는 기원전 6세기부터 회자된 인류의 지혜다. 짤막짤막한 수많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원전을 찾아 읽지 않았더라도 만화, 동화, 비유 등 다양한 형태로 대표적인 내용을 어떻게든 접하게 된다.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은 영향력을 지닌 스토리텔링이다.

열 다섯 편의 이솝 우화 이야기를 담은 <거꾸로 보는 이솝 우화>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시골쥐와 서울쥐, 거짓말한 양치기’처럼 친숙한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어린 시절 듣던 추억의 줄거리를 되살릴 뿐 아니라, 이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위한 이야기로도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개와 신선한 결말로 닫힌 생각을 연다. 예컨대 미래를 위해 모든 걸 억누르며 사시사철 노동하는 개미를 측은히 보는 베짱이의 시선, 타인을 괴롭히며 날 선 힘겨루기를 하던 해와 바람에게 나그네가 제안한 새로운 경쟁 방법, 육상에서의 달리기로는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는 동물들의 고민, 무리의 안녕을 위해 희생하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쥐들의 모습 등을 만나게 된다. 우리 곁의 인문학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며 강연과 집필 활동을 이어온 저자가 이번 책에서는 이렇게 인류의 자산인 이 이야기들을 확장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장을 마련했다.


왜 이솝 우화를 뒤집어야 할까?

▶우리 내면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다
이솝 우화는 어린 시절 지식이나 지혜를 습득하는 주요 통로이기에 사고방식에 예민하게 뿌리를 내린다. 무엇보다도 우화의 형식과 내용이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접하거나 받아들이기 쉽도록 되어 있다. 매우 친숙한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동물들이 이야기를 하고 흥미로운 행동을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내용이 특정한 교훈을 담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현실에 대한 상식적·도덕적 태도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에 이르러서도 전 세계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르치는 교재로 가장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상식과 도덕은 한번 우리의 마음에 자리 잡으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전문적 지식은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내용이 머리로 들어오면 얼마든지 바뀐다. 하지만 우화를 통해 습득한 인간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 태도는 평생에 걸쳐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몸에 대해 유전자가 하는 역할과 비슷하게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의 정신세계에도 주요 뿌리 중의 하나로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한다.


▶창작 당시의 관념적·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다
문제는 이솝 우화가 그다지 보편타당한 교훈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이솝(기원전 620~564년경)과 그 시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지식이나 지혜는 작가가 살아가던 시대나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솝은 전쟁 포로가 되어 그리스에 끌려와서 상당 기간 노예로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솝이 활동하던 고대 그리스는 기본적으로 신분제도 아래 있었다. 노예에 대한 착취에 근거하여 대부분의 생산 활동이 이루어졌다. 귀족 회의의 지배 아래 있었고, 독재 요소가 가득한 참주 정치가 횡행했다.

이솝 우화에도 이러한 시대적인 한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노예노동에 기초한 신분제 사회의 논리가 스며든 내용이 꽤 눈에 띈다. 심지어 노예주가 노예에게 권할 만한 교훈도 많다. 또한 강자 입장에서 약육강식의 냉혹한 논리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나아가서는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포함하여 부도덕한 짓도 거리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논리조차 사용된다.

우화의 일부 내용은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치 밝은 빛처럼 포장한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이솝 우화가 통치세력에 의한 도덕교육 매개로 애용되었던 경향도 우연이 아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도 권위주의 통치나 강자 중심의 노동윤리를 강조하는 경향은 여전하고, 이솝 우화가 이를 뒷받침하는 효과적인 논리를 제공한다. 이런 식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려서부터 왜곡된 도덕과 부당한 논리를 흡수한다. 별 의심 없이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의 주요 근거로 받아들이곤 한다. 이솝 우화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더 풍성하게, 한결 넓은 이해로 읽다
본래 이솝 우화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매우 짧은 내용이다. 단 몇 문장 안에 전달하려는 교훈을 압축적으로 담는 방식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더 풍부한 이해를 위해 구체적인 상황과 대화로 보완하여 풀어갔다. 좀 더 친절하게 새로운 문제의식을 전하려는 의도다. 친숙한 소재와 친근한 형식으로 어린이, 청소년, 성인까지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으면서도 현실의 타성을 벗어나는 메시지를 잘 담아냈다.

또한 각 장마다 이솝의 생각과 비교하여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본래의 이솝 우화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 이를 통해 처음 이솝 우화를 접하는 독자들도 불편 없이 원전과 비교하며 새로운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이야기 흐름에 맞게 저자가 엄선한 옛 판화 작품을 다양하게 배치했는데 1668년 라퐁텐의 <이솝우화> 같은 초기 판본의 삽화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책은 이미 널리 알려진 주제 외에도 ‘나무와 갈대의 논쟁, 수탉을 죽인 직녀들, 지도자를 요구하는 개구리들, 신에게 언어를 선물로 받은 인간’처럼 독자에 따라 새롭게 느낄 만한 이야기도 균형 있게 소개한다. 이솝 우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원전의 줄거리와 더불어 새로운 시각의 바른 이해를 갖추는 계기가, 기존 줄거리를 아는 독자들에게는 그 안에 감춰진 비뚤어진 관념을 비판적으로 살피며 우리 역사와 시대의 그림자를 찾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까지 다양한 독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 도구로서, 이솝 우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대안에 대한 저자의 오랜 고민이 담긴 책이다.


500자 요약

우리는 대부분 이솝의 자식들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서 배운 인간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 태도는 평생에 걸쳐 끈질기게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솝 우화가 그다지 보편타당한 교훈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노예 노동에 기초한 신분제 사회의 원리를 비롯해 강자 입장에서 냉혹한 약육강식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나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포함하여 부도덕한 짓도 거리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논리조차 사용된다. 적지 않은 내용이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치 밝은 빛처럼 포장한다. 이솝 우화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이솝이 내리는 결론과 비교할 수 있는 구성으로, 기존의 전개와 상반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오늘 우리를 위한 새로운 교훈과 진실을 끄집어낸다. 이야기마다 라퐁텐 등의 초기 판본 삽화들을 함께 수록했다. 삶 가까이에 있는 인문학을 전해 온 저자가 고전의 색다른 해석과 대안을 고민하며 써 내려간 21세기 이솝 우화이다.


책 속에서

베짱이는 여전히 딱하다는 표정으로 개미에게 물었다.
“그래? 그럼 몇 마디 물어볼게. 너는 지금 무얼 하다가 나왔니?”
“그야 집안일을 하던 중이었지.”
“창고에 겨울을 지낼 식량을 쌓아두고도 또 무슨 일을 해?”
“일이야 늘 있지. 집이라는 게 늘 이것저것 수리할 것도 있고, 또 내년의 일을 위해서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고.”
“그러면 일 년 내내 일만 하는 거잖아! 내년에는 쉬면서 놀 수 있어?”
“내년에는 또 내년의 일을 해야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오늘의 희생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지금의 어려움을 견디지 않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겠냐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의 고생을 계속 견디라고? 봄부터 가을까지가 일 년의 대부분을 차지하잖아. 겨울 한 철을 좀 더 편하자고 나머지 세 계절을 희생하라고? 이런 바보 같은 짓이 또 어디에 있겠어. 결국 계속 일을 중심으로 살아간다는 얘기잖아. 그러면 너희가 그토록 강조하는 내일의 행복은 도대체 언제 오는데?”
-#행복_‘노래하는 베짱이와 일하는 개미’에서


“심판 역할이야 어렵지 않지. 그런데 그전에 할 말이 있어. 내가 보기에는 이 시합 자체가 문제가 있어.”
“무슨 말이야? 힘을 겨루는 시합이 뭐가 어때서?”
“누가 잘하는지 겨루는 일이야 문제가 될 게 없지. 하지만 왜 꼭 다른 누군가를 상대로 더 강한 힘을 가졌는지를 가려야 해?”
“그러니까, 그게 왜 문제냐고?”
“너희들이 오늘 말로 겨루거나 나를 상대로 한 시합이 그렇잖아. 왜 남에게 해를 입히거나 강제하는 것을 강하다고 생각해? 하긴 너희만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걸핏하면 경쟁하는 잘못된 방식이기는 해. 이런 식으로 힘을 겨루는 사고방식은 철저히 강자의 논리에 불과해!”
“원래 경쟁이란 게 다 그렇지 않아? 당연히 누가 더 센지를 가려야지.”
“진정한 힘은 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해를 입히는 게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아니야? 진짜 힘은 남에게 주는 충격이 아니라, 누가 더 도움이 되는지 여부여야 하지 않냐구.”
바람이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나그네에게 다시 물었다.
“네가 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 우리가 어떤 걸 겨루었어야 한다는 말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 줘.”
“예를 들어 해와 바람 중에 누가 이 세상의 온갖 생명이 살아가고 번성하는 데 더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 한번 얘기해 봐.”
-#파워_‘힘이 강하다고 다투는 바람과 해’에서


나중에는 의혹만 늘어놓지 말고 양치기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직접 확인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두어 달 후에 몰래 양치기의 뒤를 따라가 보자고 했다. 양치기가 돌아오는 길목에 숨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양치기 모르게 뒤를 밟으며 행동을 살폈다.
다시 왕의 지시가 내려온 다음 날 양치기는 근처 숲으로 나갔다가 다른 날보다 일찍 마을로 돌아왔다. 천천히 걸어오다가 마을의 집들이 보이는 위치에 도착했다. 이 모습을 몇몇 사람이 마을 쪽의 언덕 밑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양치기가 느닷없이 양들을 달리도록 재촉하더니 자기도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을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늑대가 나타났다!”
숨어서 이 광경을 보던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봐도 늑대의 그림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평화롭기만 한 분위기로 천천히 걷던 양치기가 마을 근처에서 갑자기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며 달릴 뿐이었다.
-#거짓말_‘늑대가 왔다고 거짓말하는 양치기’에서





지은이 | 박홍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미술과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라 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고전과 미술 등을 매개로 인문학을 벗으로 삼도록 하는 데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상의 사건과 삶에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된 그리스 신화를 통해 새로운 인문학적 사유를 전달하는 《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옛그림과 선현들의 글로 오늘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도록 돕는 《옛그림 인문학》, 인문학적 시각으로 방대한 서양 미술사를 풀어내며 진정한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다양한 소재로 인문학적 관점을 기르는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헌법의 발견》, 《일인분 인문학》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