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들의 숙제 : 박경리 장편 소설
저자: 박경리
역자:
구분: 국내서
발행일: 2020년 01월 10일
정가: 23,000원
페이지: 638 p
ISBN: 978-89-6053-582-4
판형: 145×210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약 40년 만에 본래의 제목을 되찾다!



1978년 범우사에서 처음 단행본으로 나올 당시, 원제목인 ‘죄인들의 숙제’ 대신 ‘나비와 엉겅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후 출간된 1989년 지식산업사, 2004년 이룸 등의 도서에도 범우사와 같은 제목을 사용했다.

제목을 수정한 구체적인 사연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박경리 작가가 처음 작품을 발표할 당시 붙였던 제목으로 재출간하게 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또한 ‘나비와 엉겅퀴’가 소수의 인물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인다면, ‘죄인들의 숙제’는 등장인물 대부분과 관련이 있어 작품 전체를 아우르기에 더욱 그러하다.



대중적 소재로 풀어낸 현대인의 불안한 삶과 비극적 운명


『죄인들의 숙제』『죄인들의 숙제』 『토지』 연재 중에 발표된 작품이다. 『토지』를 집필하면서 그 이외의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약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었기에 주목을 받았다. 박경리 소설의 공통된 핵심주제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 부조리한 고통에 대한 탐색에 있다. 『죄인들의 숙제』 역시 불륜과 이혼 등 대중적 소재와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를 이야기한다. 작품의 서사는 크게 윤희정과 희련 이복자매의 갈등, 정신병력 유전에 대한 불안감을 지닌 강은식과 윤희련의 사랑, 희련을 둘러싼 송인숙과 최일석, 장기수 등의 음모, 남미와 불륜 관계를 맺은 정양구와 그의 아내 강은애의 이야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서사에서 『김약국의 딸들』, 『성녀와 마녀』 등 박경리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혈통의 불안과 부조리한 낙인, 운명에 대한 저항, 폐쇄성과 결벽증의 문제 등의 성격적 결함을 찾아볼 수 있다.



이상주의자, 현실주의자 그리고 개인주의자


『죄인들의 숙제』의 두 주인공 윤희련과 강은애, 그리고 송인숙의 대화 속에는 이상주의며 현실주의, 개인주의와 같은 개념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희련이 이상주의자라면 은애는 현실주의자이고 인숙은 개인주의자이다. 서로를 혹은 스스로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서른이 되기까지 이들은 각자 뚜렷한 가치관을 형성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른 즈음 그 가치관은 뿌리째 흔들린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인물은 현실주의자 강은애이다. 은애는 결혼 전에 ‘불행한 연애’를 하였으나 애정과 생활은 별개라고 생각하였기에 그 ‘불행한 연애’를 끝내고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남편과 결혼했다. 자신은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면서 본인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왔지만, 아이를 낳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은애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윤희련 역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언니의 희생으로 공부를 마치고 디자이너가 된 희련은 ‘중매쟁이’와 언니 희정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결혼을 하였으나 이혼한 상태다. 이혼의 원인에는 불구의 육체로 한 집에 살고 있는 언니 희정에 대한 ‘죄의식’이 근저에 깔려 있기도 하지만, 이상주의자인 희련에게는 사랑이 없는 결혼이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희련은 은애의 오빠인 강은식과 사랑하면서 그 문제를 극복한다. 희련에게 남녀 관계는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가능한 것이다. 희련에게 중요한 것은 일상을 사는 생활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가치를 찾는 것,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두 주인공의 2년 후배 송인숙은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자처할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라고 말한다. “성가시게 구는 사람도 없고, 또 성가시게 하는 것을 받아줄 사람도 없고 이만하면 개인주의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거로 보아야겠지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개인주의를 잘못 이해한 인물임이 분명하다. 인숙의 시점에서 심도 있는 의식이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인주의를 잘못 이해한 듯 수박 겉핥기식의 지식을 거침없이 내세우는 것이 그의 특성이다.


책 속으로


(본문 12쪽)



(본문 54쪽)



(본문 565쪽)


지은이 | 박경리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수필집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등과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명예문학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용재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1996년부터 토지문화관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수여 받았다. 2008년 5월 5일 타계하였으며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