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저자: 조안나
역자:
구분: 국내서
발행일: 2019년 07월 26일
정가: 17,000원
페이지: 256 p
ISBN: 978-89-6053-576-3
판형: 140×200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수많은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조용하고 온기 있는 그림 한 장이 주는 확실한 위로


독서 에세이 『월요일의 문장들』, 『책장의 위로』 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공감을 받았던 조안나 작가가 이번에는 글과는 또 다른 내밀한 위로가 담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7여 년간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며 활자중독자처럼 책을 읽고 만들던 조안나 작가는 이제는 자신만의 글을 쓰고 자신만의 울림 있는 문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런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독서 카테고리 외에도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미술 카테고리가 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책에서 건져 올린 보석 같은 문장들로 내면을 단단히 지켜왔지만, 때로는 글에서 미처 위로받지 못한 감정들을 그림에서 찾아 꾸준히 기록해온 것이다.

빼곡한 텍스트 속에서 길을 잃거나 일터에서 내가 ‘잘 써지지 않는 글’같이 느껴질 때, 갑자기 찾아온 배 속의 아이로 뜻 모를 두려움이 밀려올 때, 고독과 외로움이 밤처럼 짙게 내릴 때마다 저자는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닮은 그림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 감미로운 침묵의 순간이 피로한 마음을 다정히 만져주는 것을 경험한 이후로 그녀는 독서 에세이 대신 그림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가족, 친구, 일, 꿈, 사랑, 이별 등 평범한 일상 속 주제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솜씨 좋게 촘촘히 엮어냈다.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는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적은 듯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저마다의 세심한 위로를 담고 있는 따듯한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도 내 마음 같은 그림이 있어 괜찮아”

흐리고 불안한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오직 나에게 다정한 그림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버거움은 우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바쁘고 치열한 일상도 우리의 몸과 마음을 너무 빨리 소모시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도 마치 환한 낮만 반복되는 백야처럼 숨 막히는 권태로움을 준다. 일상의 고단함에 지쳐 그 어떤 말도 피곤하게만 느껴질 때, 배려 없는 말들에 나 혼자 상처받고 어쩐지 나만 늘 노력하는 것 같은 인간관계에 지칠 때, 끝없는 무력감에 빠져 무언가 시작할 용기도 내지 못하고 있을 때 그림은 완벽한 피난처이자 휴식이 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위로받을 수 없었던 내밀한 감정들까지 그림은 가만히 다독여준다.

수만 가지의 그림은 수만 가지의 다른 위로를 담고 있다. 어떤 그림은 복잡한 마음에 여백을 주기도 하고, 어떤 그림은 공허한 마음을 꽉 채워주기도 한다. 또 어떤 그림은 슬럼프를 이겨내는 돌파구가 되기도 하고, 어떤 그림은 쉼 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누군가에게 멈출 때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처럼 그림 하나하나에 담긴 위로를 새롭게 발견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내 취향의 위로를 찾아 늘려나가다 보면 흐리고 표정 없던 일상이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질 것이다. 어디에서도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한 당신에게 그림은 감미롭고 확실한 휴식이자 위안이 되어준다. 저자는 소망한다. 다시 또 흐리고 불안한 날들이 시작되겠지만, 그림이 있어 그래도 오늘은 괜찮은 하루가 되기를. 살면서 오직 나에게 다정한 그림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삶의 모든 순간에는 그림이 필요하다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유명한 모든 미술관을 다 가본 것도 아니지만 저자는 그림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이 그림이 얼마나 유명한지, 얼마나 비싼지, 미술사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등은 그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그림 이야기를 공들여 적어갈 뿐이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마크 로스코의 커다란 그림을 바라본다.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온화한 색 배치에서 지금 내 감정의 기복을 읽어내고 나만의 편안한 느낌을 찾는다. 불안과 슬럼프가 찾아올 때면 카미유 코로와 조르주 쇠라의 그림을 본다. 완벽한 작품을 위해 만족할 때까지 수많은 스케치를 그렸던 그들에게서 꾸준함과 끈질김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지 깨닫는다. 폴 고갱과 피에르 보나르가 자주 그렸던 고양이 그림과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의 충실한 반려견들을 그린 화집을 보면서, 저자 역시 자신의 고양이에게서 창작의 영감을 받는다. 베르트 모리조가 그린 수줍은 소녀의 그림에서 잊었던 첫사랑의 풋풋함과 설레는 감정들을 다시 불러오기도 하고,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았을 때는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한 그림을 보며 온기 있는 대화를 꿈꾼다. 문득 찾아온 우울이 깊어질 때는 윌리엄 터너의 신비로운 풍경화,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하는 그림들, 펠릭스 발로통의 따듯한 실내 그림들을 꺼내본다. 자존감이 떨어져 괴로울 때는 에곤 실레의 강렬한 자화상에서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의식을 다지고, 할일이 많아 과민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 때는 정사각형에 수평선과 수직선만으로 이루어진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잠시 쉬어간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낀 그림 이야기는 온전히 그녀만의 위로가 되고, 나아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공감으로 다가온다. 더욱 단단하고 솔직해진 조안나의 그림 같은 문장들과 말보다 확실한 위로를 담은 그림들이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동안 기꺼이 따듯한 온기를 나눠줄 것이다.





책 속에서

데이비드 헤팅거(David Hettinger, 1946‒)의 그림은 대부분 혼자 책을 읽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세상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이나 신문, 그림책을 읽는 여인들. 마치 내가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가장 배꼽이 간지러워지는 순간을 캔버스에 재현해놓은 것 같다. 모조리 프린트해서 집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곳에 걸어놓고 싶다.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자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따스한 그림들을 연속으로 감상하며 치열했던 20대를 돌아본다. 왜 나는 그렇게 거추장스럽게 많은 걸 가지고 다녔을까. 그리고 생애 처음 겪는 입덧 때문에 책도, 그림도, 음악도, 밥도 모두 즐길 수 없었던 지난 몇 달을 회상한다. 이제야 느껴지는 아이의 소중함, 내 일상의 자유, 남편의 든든함, 책이 주는 안정감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림들을 자주 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2부_80쪽)

그래서 오늘은 대놓고 대학 노트를 펴든 채 니체, 쇼펜하우어의 글에 전율하고, 뭉크의 〈절규〉를 따라 그리던 ‘소설가 지망생’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대입해보고 있다. 뭉크의 거의 모든 그림이 기분 나쁘게 어둡지만 그가 의도했던 것처럼 그림 속 인물들이 절절하게 삶과 죽음에 대해 울부짖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자신의 속을 다 뒤집어서 보여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는 자기 안의 어둠을 숨기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용케 죽이지 않고 살아남아 그림으로 남겨 두었다. 평생 여성혐오증에 시달렸지만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여성을 그림 속에서 구원하고자 노력했다. (3부_127쪽)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에서, 침묵처럼 편안하고 감미로운 그림을 감상하면서 쉬어 가자. 수면 위로 떠오른 끔찍한 잔상을 보고 난 후, 심란한 마음을 둘 곳 없어 더욱 한참 쳐다보게 된다. 예전에 클래식 에세이에 썼던 카피가 생각난다. “온 세상에서 쉴 곳을 찾았으나, 음악이 흐르는 침묵보다 더 나은 것은 없었다.” 이 카피를 쓰고 표지 사진(마이클 케냐의 사진) 저작권을 비싸게 구매해서 책 표지에 앉혔을 때 참으로 행복했다. 딱 원하던 침묵의 이미지였기에. 도시를 벗어나 온갖 책에서 쉴 곳을 찾았으나, 결국 그림이 있는 풍경보다 더 나은 것은 없었다. 오늘같이 내 과거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엔 말이다. (3부_149쪽)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던 피카소의 그림은 괴기스럽고 아름답지 않아서 싫었다. 왜 위대하다는 거지. 왜 유명한 거지. 내 기분을 망치는 그림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유럽과 미국의 여러 미술관을 다니면서 피카소의 매력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아, 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 그가 아니면 탄생이 불가능했을 그림들 앞에서 감탄했다. 여행과 30대가 내게 준 최고의 창작 선물이다. 그는 어떻게 나이를 먹고도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그릴 수 있었을까. 최고가 아닐지는 몰라도 유일했던 존재(물론 그는 최고이기도 한 아주 드문 케이스이지만).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는 자신감. 한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4부_178~179쪽)




지은이 | 조안나
스무 살 이후로 쭉 책과 관련된 일만 하고 살고 있다. 책을 만들다 지치면 쓰고, 쓰다 막히면 만들면서 넘쳐나는 시간을 책으로 메꾸었다.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여유롭지도 않으면서 사치스럽게도 자주 지겹고 지루해서 미술관에 간다. 미술관에 못 갈 때는 화집이나 구글 이미지에서 그날의 기분에 맞는 그림을 찾아 헤맨다. 내 마음 같은 미술을 통해 언어가 주지 못한 다정한 침묵을 맛본 후 이 책을 썼다. 6개월 된 딸, 남편과 함께 미국 시골 마을에서 가장 느리게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책장의 위로』, 『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 『월요일의 문장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