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문학과 젠더 : 토지학회 총서 04
저자: 토지학회
역자:
구분: 국내서
발행일: 2018년 10월 12일
정가: 12,000원
페이지: 224 p
ISBN: 978-89-6053-564-0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토지학회의 네 번째 총서


‘박경리와 젠더’를 주제로 토지학회의 네 번째 총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박경리는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부터 시종일관 근대 전환기,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때로는 생존을 위해, 또 때로는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과 자기 정체성 탐색을 위해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때로는 파멸조차 서슴지 않는 강렬한 여성들을 그려왔다. 초기 단편소설부터 『토지』에 이르는 박경리 문학세계의 긴 여정에서 여성-젠더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다. 작가 자신은 ‘여성’ 작가로 규정되기를 꺼렸지만, 전쟁미망인으로서 생계를 위해 글을 쓰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작가’이자 ‘여성’으로서의 삶은 오롯이 작품에 투영되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표류도』, 『시장과 전장』, 『김약국의 딸들』, 『파시』, 『성녀와 마녀』, 『창』 등 『토지』 이전에 발표된 사회성 짙은 멜로 드라마부터 대하소설 『토지』 등 다양한 작품들을 여성의 시각과 여성주의적 방법론으로 분석한 연구성과물이다. 근대(성)과 여성(성), 멜로 드라마의 정치성, 모성 이데올로기, 정신분석학적 접근, 여성교양이나 법률과 같은 제도 등이 여성주의 연구의 자장 안에서 논의되면서 박경리 문학을 풍성하게 해줌을 확인할 수 있다.


박경리 소설의 ‘여성-젠더’와 관련한 일곱 편의 연구물

이번 총서에는 박경리 문학을 이루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여성-젠더’ 관련 연구 중 일곱 편의 글을 수록하였다.

오혜진의 「전근대와 근대의 교차적 여성상에 관해—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토지』를 중심으로」는 박경리 장편소설에 나타난 전근대성과 근대성의 교차와 상충 지점들, 가부장제 봉건주의에 대한 재고 및 비판의 사유들이 여성 주체성을 통해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윤리적 주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토지』에 등장하는 여성 주체들의 사랑과 좌절을 분석하고 있다. 김은경의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모성성의 탈신화화 양상과 가부장제에 대한 대응방식」은 박경리 문학 전반을 대상으로 모성성의 탈신화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최경희의 「1960년대 박경리 문학에 나타난 ‘연애교양’ 연구—『성녀와 마녀』, 『암흑의 사자』, 『재혼의 조건』을 중심으로」는 연애에 대한 사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 관습과 제도의 문제로 교양화되는 양상을 1960년대 여성잡지의 여성교양 연애담론을 대상으로 분석하면서, 여성지의 여성교양 연애담론의 순응적, 제도적 성격과는 달리 박경리 장편소설의 연애서사들은 순응과 저항, 균열의 양가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장미영의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사랑의 의미와 섹슈얼리티 연구—『창』을 중심으로」는 대중 연애소설 『창』에 드러난 사랑과 섹슈얼리티의 의미를 1970년대 성과 사랑에 대한 사회적 함의와 연동하여 밝히고 있다.

박경리 소설에 대한 여성주의적 연구에서 강지윤, 김양선, 홍순애의 글은 비교적 최근의 성과에 해당한다. 강지윤의 글 「원한과 내면—탈식민 주체와 젠더 역학의 불안들」은 강신재와 박경리의 초기 소설을 1950년대 여성적 내면과 불안, 원한 등의 감정을 첨예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로 제시한다. 홍순애는 「박경리 소설 『표류도』에 나타난 ‘법’과 젠더 정치학」에서 전후 사법제도의 실체를 여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취한다. 김양선의 「향토 멜로드라마와 여성의 위치성—『파시』를 중심으로」는 『파시』를 ‘향토 멜로드라마’로 정의하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공적 장에 진출한 여성들의 젠더적, 계층적 위치성을 전시 통영과 부산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연관지어 분석하고 있다.

『토지』 이전의 다수의 장편소설들, 계층적, 세대적으로 다양한 여성들을 재현한 『토지』는 박경리 문학에 대한 여성주의적 연구의 지평이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연구자들에게 제안하는 듯하다. 토지학회에서는 이 총서 발간이 작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책 속으로

박경리가 세 작품을 집필하던 60년대부터의 여성문학은 전후의 낭만화, 보수화된 여성 의식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졌고, 70년대로 들어서면 여성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탐색의 작품들이 박완서, 오정희, 이경자, 양귀자, 김향숙, 김채원 등에 의해 등장한다. 『토지』가 써지던 70년대는 산업화로 인해 국가의 생산 양식은 자본주의 체제로 본격 가동이 되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소외 계층인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부각된다.
공적인 생산 영역과 여성들의 가사 노동이 엄격히 구분되면서 경제 생산자인 남성의 정체성이 강화되고 여성은 핵가족화로 인한 가사 노동 담당자로 전락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오히려 더욱 의존하게 되는 상황은 70년대 여성 작가들에는 역설적으로 이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박경리 역시 여성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했음은 당연하다.
–오혜진, ‘전근대와 근대의 교차적 여성상에 관해’에서

박경리 문학은 모성성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한다. 그녀의 문학은 숭고한 모성의 최고의 경지와 모성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경우의 양극단을 보여주는가 하면, 모성에 어머니의 ‘인간적인’ 욕망과 충동이 결부되어 있음을 예리한 필치로 통찰해 내고 있다. 본고는 박경리 문학 전반을 통해 모성성을 탈신화화하는 ‘부정적인 어머니상’을 살핌으로써, 박경리 문학의 가부장제에 대한 대응 양상을 밝히고 있다.
–김은경,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모성성의 탈신화화 양상과 가부장제에 대한 대응 방식’에서

박경리의 <성녀와 마녀>, <암흑의 사자>, <재혼의 조건> 등은 연애교양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개인의 고유한 욕망의 충돌을 비극적 연애서사로서 드라마틱하게 그린 대중적 작품이다.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비극적 사랑은 사랑의 실패한 연인들의 불안의식과 위악적 행동으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들은 세상이 제시한 규범에 불복하며 저항하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다. 이러한 비극적 결말은 개인의 사랑마저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억압된 사회의 질서를 비판적으로 그리기 위한 장치이자, 사회가 정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한 개인의 주체성을 희생시키는 것을 담보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경희, ‘1960년대 박경리 문학에 나타난 ‘연애교양’ 연구‘에서

박경리의 소설 속 사랑이 일반적인 연애서사와 달라지는 지점은 결국 연애서사의 목표가 남녀 간 사랑의 완성뿐만 아니라 성을 초월한 인간에 대한 존엄성 회복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창』은 박경리 문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와 그 이전의 문학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작품이며, 1970년대라는 시대적 혼란 속에 드러난 사회구조 변화의 단서를 사랑과 섹슈얼리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기에 쓰인 「밀고자」, 『나비와 엉겅퀴』, 『단층』 등 작품을 함께 논의한다면 1970년대 박경리 문학의 특성을 폭넓게 밝힐 수 있고, 박경리 문학 전체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 생명사상과 같은 주제 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장미영, ’박경리 소설에 나타난 사랑의 의미와 섹슈얼리티 연구‘에서

박경리는 『표류도』에서 엘리트 남성집단의 헤게모니가 집적된 ‘법’의 실체를 문제 삼는다. 또한 박경리는 이 소설을 통해 전후 한국사회에서 법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그것이 여성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표류도』는 법이 남성의 상징적 질서를 대표하고 있고, 남성 가부장의 비윤리성과 폭력성이 ‘법’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며, 법이 ‘정의’를 담보하지 않고 폭력적으로 집행되는 상황을 세 여성을 통해 전시함으로써 여성 억압의 역사가 ‘법’ 제도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순애, ‘박경리 소설 『표류도』에 나타난 ‘법’과 젠더 정치학‘에서


지은이: 토지학회
2014년 박경리의 <토지> 완간 20주년을 맞이하여 토지학회가 창립되었다. 토지학회는 한국문학과 외국문학, 서지학, 역사학, 사회학, 철학 등 여러 학문 연구자들의 학술 공동체이다. 토지학회에서 발간되는 ‘토지학회 총서’는 소설가 박경리와 <토지>, 기타 한국문학과 관련된 학술연구를 체계화하여 축적하고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시리즈이다.

세부 필자
오혜진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김은경 강원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사
최경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
장미영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원 연구교수
강지윤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
김양선 한림대학교 교양기초교육대학 교수
홍순애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